미국 주택가격으로 들여다 보는 다양한 사연들

지금 이 글을 쓰는 2018년 9월 현재 한국은 부동산 열풍을 경험하고 있고, 정부는 연일 이 부동산 가격을 어떻게 안정시켜 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간혹 어떤 분들은 우리나라만이 이렇듯 부동산가격의 등락, 혹은 부동산불패와 같은 현상이 발생한다 생각하지만, 이는 사실과 상이하다. 세계 어느 나라도 부동산이라는 자산이 안정적으로 똑같은 가격을 유지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따라서 시장을 조금 거시적으로 본다면, 이러한 일시적 등락은 생각보다 자연스러운 흐름일 수 있다.

아래 표를 보자. 먼저 1975년부터 미국 전체의 주택가격 인덱스다. 참고로 아래 자료는 모두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Federal Reserve Bank of St. Louis)에서 퍼온 것임을 미리 명시한다. 이 곳에 친절하게 잘 나와 있다.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기점으로 주택가격이 폭락한 부분이다. 이는 빅쇼트라는 책과 동명 영화에서 잘 묘사되어 있듯이, 2000년대 초반부터 형성된 여러 개의 주택담보대출을 모아 만든 부채담보부증권 시장이 무너지며 발생한 사태다. 그것도 Prime(우량)도 아니고, 대충 고냥저냥한 Alternative-A도 아니고, 비우량(a.k.a.부실)로 해석되는 Sub Prime 대출로 점철된 부채담보부증권 말이다.

여튼 이러한 2007년의 폭락은 거시적으로 보았을 때는 미국 전역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여겨질 수 있지만, 이것도 사실 지역차가 뚜렷하다. 예컨대 빅쇼트에서 등장하는 플로리다를 한번 바라보자. 왜 기억나지 않는가. 그 중년의 펀드매니저 스티브 카렐이 비행기타고 플로리다에 직접 가서 소득도 변변치 않은데 저택을 몇 채씩 구매하던 부동산 업자들, 그리고 스트리퍼를 인터뷰하던 그 부분.


과연 급격한 변화가 느껴진다. 고점인 2006년에 481을 기록하던 지수는 2012년 2분기에 무려 268까지 떨어지게 된다. 절반가량 떨어진 폭락이다. 물론 이러한 형상의 그래프는 여타 잘나가던 주인 캘리포니아주나 미시건주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 캘리포니아주
(95년부터 05년까지 십년 동안 무려 세 배 이상이 올랐다... 물론 그 이후엔... 말잇못)

-미시건주


자세히 보면 미시건주는 1870년대 말 주택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다가 1982년에도 다소의 조정기를 맞이하게 된다. 아니나 다를까 그때 당시 미시간주의 뉴스를 찾아보니 미시간주의 실업률이 17.2%까지 상승했다고 한다. 물론 이는 79년 강타했던 2차 오일쇼크로 인해 전미 자동차 판매량이 급감한데에 따름이었다. 이를 'The early 1980s recession in the US'라고도 한다.

그런데 이 글을 쓰는 이유기도 하지만, 미국 전역이 저와 같은 패턴의 주택가격 인덱스 그래프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선인장과 소떼의 고장 텍사스로 가보자면, 아래와 같이 08년에 조정받은 것은 현상유지 수준 정도였다.



이 그래프를 보고 또 궁금해지는 부분은 저기 저 1986년 이후 떨어지는 주택가격인데, 이는 당시 떨어지는 석유의 가격을 버티다 못해 붕괴된 은행들 영향인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현재 텍사스주는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경제규모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주 최대은행인 Comerica는 미국 전역의 14위에 불과하다. (Comerica 본사가 댈러스에 있기는 하지만, 사실 88년 이전에는 미시간에 뿌리를 두었다 한다. 출처)

에 또 그러면 진짜 더 금융위기와 상관없는 지역으로 가볼까. 그럼 강철왕 카네기의 고장 피츠버그로 가보자. 피츠버그하면 왜 그 옛날 ㅎㅇㅅ사건의 재럴드 섀튼교수 생각이 나는지 원~


이쯤되면 아주 매끈한 그래프로서, 세계경제위기의 본진이 과연 미국인가 싶을정도로 잘 보이지 않는다. 다시 소소하게 이 동네의 80년대 초를 잠시만 들여다 보자면, 여기도 사실 이 시절 철강산업이 붕괴하게 됨에 따라 철강노동자가 1980년 90,000명에서 4년만에 44,000명으로 떨어지게 된다. 일자리가 사라지니 부동산도 요동칠 수밖에. (출처)


그런가 하면 이렇듯 08년에 잠시 정체하나 싶다가 2012년부터 급격히 상승하는 콜로라도 볼더라는 지역도 존재한다. 그렇다. 메이저리그 홈런공장이자 투수들의 무덤이라는 쿠어스필드가 위치한 덴버에서 30분 정도 차타고 북쪽으로 올라가면 있는 도시다. CNN Money에 따르면 이 지역이 현재 급격히 주택가격 상승을 하는 이유는 좋은 환경이 각광받아 퇴직자들이 몰리기 때문이라 한다. 한데 이 지역은 70년대 시가 구입한 40,000 에이커의 보호지역이 새로운 주택개발 면적을 제한한다고.


지도를 보면 대충 뭔 말인지는 알겠다. 아래 덴버의 경우는 광활하게 펼쳐진 개발구역이 있는가 하면, 저 위에 위치한 볼더는 서쪽의 산악지역과 동쪽의 보호구역에 가로막혀 특별히 신규주택을 더 짓기 어려워보이는 형국.


그런가 하면 커다랗게 쌍봉낙타 형상을 그리는 예일대학의 고장 코네티컷이 있었으니. 80년대 당시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이는 흥미롭게도 냉전시절 레이건 정부 하에 국방지출이 늘어 수혜를 받은 영향이라고 한다. 학문의 고장으로만 여겨지는 코네티컷은 사실 독립전쟁 때부터 중요한 무기생산지로서 오랜 기간 군수업이 가장 큰 수입이었다고. 그래서 현재도 United Technologies와 Sikorsky Aircraft 등의 대형 방산회사 본사가 위치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듯 미국이라는 나라의 데이터를 통해 지난 사십여년 간의 주택시장 가격등락을 살펴본 결과, 대체로 비슷한 패턴을 보이기도 하지만 지역적 특수성에 의해 주택가격 트렌드도 각자 다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미국이라는 나라도 부동산의 가격은 그 오랜기간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었는데, 이는 지속적으로 물가가 점진적으로 성장해야 하는 자본주의 특성도 감안되었을 것이다.

물론 07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에서 보여진 바와 같이, 섣부르게 가격이 오른다고 주택을 마구잡이로 구입한다면 08년 세계금융위기와 같이 걷잡을 수 없는 사태를 맞이할 수 있다. 과열은 늘 조심해야 하는 것이고, 충분하지 않은 소득에서 과한 자산을 취득하는 것은 리스크매니지먼트 차원에서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

한편 한국의 주택보유세는 약 0.28%의 실효세율로서, 미국의 실효세율인 1.4%나 덴마크 0.69% 혹은 스웨덴 0.43%에 비해 낮아서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신다. (출처) 이런 분들은 주택보유세를 올리면 한국의 부동산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하시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상기 FRED 자료에서 보여주듯이, 미국과 같이 그 보유세를 높인다고 부동산 가격이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자칫 보유세를 갑자기 올리게 되면 세부담의 귀착이론에 따라 명목적으로는 임대인의 세금이 올라가지만, 궁극적으로 다른 경제주체인 임차인의 임대료로 전가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렇다고 작금의 시점에서 정부가 그저 뒷짐지고 바라만 보는 것도 해답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은 미련을 버리고, 조금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을 펼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이상으로 미국 땅이라곤 단 한번도 밟아본 적 없는 어느 인도아대륙 거주인의 미국 주택이야기였다. 언젠간 미국 땅을 밟아보길 바라는 마음에 ㅋ (그러고 보니 나는 아시아에서 태어나, 오세아니아에서 영어공부하고, 유럽과 아프리카에서 근무했는데, 유일하게 아메리카 대륙만 밟아보지 못한 1인이로구나. 이러다 남극부터 발령나는건 아닌지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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