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도로는 충분한가, 혹은 그렇지 않은가?



OECD가 지난 2015년에 발간한 'Environment at a Glance'라는 리포트를 보면, 환경과 관련된 국가별 다양한 통계가 나와있다. (본 문서는 OECD iLibrary에 들어가면 누구나 확인할 수 있음) Greenhouse gas emissions, CO2, SOx, NOx 등 다양한 환경관련 지표들이 있지만, 나는 여기서 Road traffic, vehicles and networks에 등장하는 교통관련 지표를 살펴보고자 한다.

사실 환경관련 보고서에 왜 교통이 나왔는지 의아할 수 있겠지만, 주지하다시피 교통은 대기오염과 밀접하게 관련이 되어 있다. 기본적으로 탄소발자국의 크기가 작은 대중교통의 사용을 늘리고 자가용의 사용을 줄이는 것이 환경적인 관점에서 바람직한 방향일 것이다. 문제는 방법의 영역인데, 사실 대중교통의 사용을 늘리려면 사람들은 집적도가 높은 도시에 모여 살아야 하며, 지하철이나 BRT와 같은 인프라 건설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시골에 살아보면 알겠지만, 자가용이 없이는 쉽게 움직이기 어렵다. 게다가 상하수도 인입비용, 전기선로 연결비용, 수하물 운송비용 등을 생각하면 오히려 환경적으로 악영향을 끼치는 것들이 더 많음을 이해할 수 있다.



상기 표는 녹색연합의 조사인데, 얼핏 보면 경기도나 서울시와 같은 수도권이 이산화탄소 배출을 집중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인구대비로 따지자면 이는 다른 관점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예컨대 상위 2개 지자체인 경기도 및 서울, 그리고 하위 2개 지자체 광주, 제주를 비교해 보자면, 다음과 같이 변화된다.


아이러니하게 일인당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가장 적은 지자체는 서울시이며, 그 다음은 광역시인 광주시이다. 결국 일반적인 인식과 다르게 사람이 도시에 모여 사는 것은 오히려 더 친환경적인 것일 수 있는 것이다. 

여튼 다시 주제로 돌아가 보자면, 도로길이당 자동차의 대수 통계로 보자면 한국은 포르투갈 다음으로 많은 비율을 보여준다. 분모가 도로길이이고, 분자가 자동차 대수이니 한국의 도로길이가 짧아서 그럴 수도 있고, 한국의 자동차 대수가 많아서 그럴 수도 있는 것이다. 여튼 이 수치는 OECD 평균에 비해 현저히 높은 수준이다.


다음 통계는 드디어 도로의 밀도이다. 단위 면적당 (10,000km2) 얼마나 긴 도로가 있는지에 대한 통계. 아래 표에서 한국은 베넬룩스 3국에 이어 4위 수준의 밀집도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 표의 제목을 보면 이는 도로 전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 Motorway, 즉 고속도로만의 통계를 보여준다. 그러니까 고속도로 자체만 보자면 한국은 OCED 내에서 높은 수준의 밀집도를 보여준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전체 도로로 가자면?


보고서의 다음 페이지를 보면 이러한 표가 등장한다. 그러니까 상기 그래프는 아래 표 중에서 Motorway 부분이었고, 모든 도로를 지칭하는 All roads의 관점으로 가자면 한국의 밀집도는 106 km/100km2 수준으로 평균보다 높기는 하지만 또 그렇게 높은 수준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우리의 OCED 개노답 삼형제인 멕시코, 칠레와 광활한 토지의 호주, 캐나다같은 곳들이 평균을 엄청 낮춰놨다 ㅎ 이 나라들을 제외하면 평균보다 낮은 수준일 것) 그러니까 아래 표에서 세자릿수의 밀집도를 보이는 나라는 다 한국보다 도로보급률이 높은 것이다. 얼핏 살펴봐도 오스트리아, 벨기에, 체코, 덴마크, 에스토니아, 프랑스, 독일, 헝가리, 아일랜드, 일본, 룩셈부르크, 에고... 지친다. 여튼 겁나게 많다.


여하튼 그러하다. 객관적 지표로 보자면 한국의 고속도로 보급률은 높은 편이나 전체도로 보급률은 그다지 높은 편은 아니다. 오히려 선진국에 비해 낮은 편. 나는 올 해 인도에서 주로 거주를 했는데, 포장도로가 많지 않은 인도의 경우 같은 거리를 가더라도 한국보다 2배 이상의 시간이 걸리고, 아마존 배송시간도 1주일 이상 걸리는 경우도 많이 보았다. 여객은 물론 물류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도로보급률은 중요한 수치이며, 이는 곧 보편적 복지의 영역으로 들어가게 된다.

사실 우리는 우리나라의 무엇 무엇이 세계에서 가장 좋다 혹은 나쁘다라는 말을 쉽게 하지만, 전 세계 수백개의 나라 중에서 최고 혹은 최악이 되기는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면밀히 따져보고 그것이 정말 안 좋은지 확인을 하고, 정말 객관적으로 좋지 않다면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여기서 확인한 도로에 대한 한국의 경향성은 OCED 기준으로 보자면 도로는 다소 부족한 보급률을 보여주지만 자동차 보급률은 최상위권임을 알 수 있다. 사실 한국은 자동차에 대해 조금 관대한 편이라 생각한다. 이는 자동차 산업이 주력산업이었던 과거에 따른 영향일 수도 있을 것이고, 부족한 대중교통 시스템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환경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이는 다소의 수정이 필요해 보이기도 한다.


상기 자료는 한국지방세연구원의 자료 중 'OCED 주요국의 자동차세제 현황'에서 가져온 표이다. 아시다시피 우리나라의 자동차 2011년 이후 등록세와 취득세가 통합되어 공급가격의 7%, 경차의 경우는 4% 정도 된다. 그리고 부가세는 10%. 상기 다른 선진국들의 사례를 보면 덴마크는 등록세가 차량가격의 100%가 넘으며, 한국의 부가세는 유럽 주요국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임을 인지할 수 있다.

도시국가인 싱가포르는 자동차를 구입하면 등록세(Certificate of Entitlement)를 내야 하는데 이는 일반 자동차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책정되며 10년마다 갱신이 되어야 한다. 검색해보면 알겠지만 싱가포르 정부는 수시로 가격과 구매 가능수량을 공시하기도 하는 다소 이색적인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차량에 따른 대기오염은 저감되게 되며 소수의 부자가 아니면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밖에 없어진다.

물론 싱가포르가 이렇게 자가용 억제정책만 쓴다면 좋은 사례는 아닐 것이다. 싱가포르 육상교통국(LTA)는 이러한 억제정책으로 거두어들인 수입을 바탕으로 지하철시스템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싱가포르, 지하철 개선에 S$600억 투자, 코트라 싱가포르 무역관) 600억 싱달러면 현재 기준 환율로 50조원에 육박한다. 한국의 1년 국토부 SOC 예산이 14.7조원임을 생각하면 엄청난 수준임을 체감할 수 있다.

그렇게 자가용은 억제하고 대중교통시설은 늘리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궁극적으로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아닐까 싶다. 무조건 환경을 보존해야 하니 머그컵 쓰고, 방구 그만 뀌라고 하는 그다지 효용이 없는 대안보다는, 이처럼 예산을 투입하고 세재를 개선하는 식의 실효성 있는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환경보존과 인프라건설은 상대적인 개념이 아니다. 인프라 건설을 통해 환경보전도 할 수 있는 것이 작금의 공학기술이다. 부디 그러한 생각을 하며 미래를 대비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끝.

덧) 본 OCED 보고서를 보면 각국의 유류세 비중 표도 나온다. (아래 참조) 이를 통해 보자면 한국은 고냥저냥한 45% 수준을 보여준다. 뭐 딱히 많은 수준은 아닌 것 같다. 유류세를 인하할 정부예산이 있으면 어서 GTX를 비롯한 경전철과 같은 대중교통을 개선하는 편이 더 바람직하니 않나. 모 그런 잡상을 잠시 해보게 된다.








댓글

댓글 쓰기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기억해두면 유용한 통계지표 사이트 목록

[매거진 인디아-1] 가네쉬 차투르티 페스티벌

[서평] 그리스인 조르바; 고전은 우리에게 보편타당한 감동을 줄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