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인디아-1] 가네쉬 차투르티 페스티벌

필명은 퀘벤하운이지만, 현재 필자는 인도에 거주하고 있다. 실은 퀘벤하운이란 필명은 5년 전쯤 지었는데, 당시엔 필자가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일을 하고 있을 때였다. 여느 유럽의 도시와 같이 코펜하겐은 덴마크 수도의 영어식 이름인데, 덴마크어로는 퀘벤하운(København)이라 한다. 그때부터 글을 끄적거리기 시작했는데, 그 연유로 필명을 퀘벤하운으로 설정한 것이다.

여튼 인도 중에서도 현재 내가 거주하는 마하라슈트라 주에서는 내일부터 큰 명절을 맞이하게 되는데, 이름하여 '가네쉬 차투르티(गणेश चतुर्थी, Ganesh Chaturthi)'라는 이름의 명절이 그것이다. 여기서 가네샤는 인도의 수많은 신들 중 코끼리 형상을 한 신을 말한다. 그러니까 이렇게 생기신 분.


이 가네샤 신의 탄생을 축하하는 가네쉬 차투르티는 힌두교 달력 기준 '바드라(भादों, Bhadra)'달의 네번째 날에 시작된다. 이게 보통 우리가 사용하는 그레고리력의 8-9월 가량되는데, 2018년에는 그 날이 내일인 9월 13일이다.

인도는 사실 하나의 국가라고 하기엔 여러개의 국가가 뭉친 연맹과 같은 형태인데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각 주별로 세율도 달랐으며, 관습 및 언어는 물론 금주법 등 사법체계도 각각 매우 상이함), 이렇듯 가네쉬 차투르티와 같은 축제도 마라티왕국 지역인 뭄바이나 푸네와 같은 도시가 중심인 마하라슈트라주에서 주로 기념한다.

물론 마하라슈트라주 인근 마디야 프라데시나 구자라트, 고아, 그리고 타밀나두나 케랄라와 같은 남부 주에서도 페스티벌을 실시한다. 하지만 인도의 서북부 펀잡이나 잠무 카슈미르, 동북부 비하르나 아삼지방, 혹은 수도인 델리만 하더라도 그렇게 크게 축하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인도에는 총 29개의 주와 7개의 연방지역으로 구성된다, 
지도출처: www.travelindia-guide.com)

가네쉬 차투르티 축제가 이렇게 크게 된 데에는 다소의 인도근현대사적인 연유가 있는데, UCLA의 인도 및 동남아시아 예술학과 브라운 로버트 교수의 책인 'Ganesh: Studies of an Asian God'에 따르면 영국 식민지 시절 브라만 계급과 비브라만 계급 사이의 거리를 좁히게하기 위해 가네샤를 연결고리로 사용했다고 한다.

식민지 사회라고 하는 것이 대중의 일거수 일투족이 지배국가에 의해 통제되는데, 이처럼 축제를 통해서라도 피지배국 사람들이 서로간의 교감을 이룰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일견 타당한 설명이라는 생각도 들게 된다.

(브라운 로버트 교수의 책 'Ganesh: Studies of an Asian God' 표지)

그러니까 이 가네샤라는 신은 힌두교 경전인 베다(वेद, veda, 산스크리트어로 지식이라는 뜻)에서부터 등장하는 오래된 신이지만, 가네쉬 차투르티 페스티벌은 19세기 말부터 번성하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현재 내가 거주하고 있는 뭄바이의 아파트에서도 며칠 전부터 이 축제를 위해 준비를 해왔는데, 도시 곳곳에 제단을 만들고 가네샤를 비롯한 다양한 신들의 조형물이 그 제단 위에 올려져 있다. 그리고 각자 집에서도 이 축제를 위해 액서사리를 준비하고 장인으로부터 점토로 된 우상(Murti)을 구매하여 준비한다고 한다.

(가네샤 점토우상을 준비 중인 아티스트, 출처: 영문위키 가네샤 항목)

(랄바우차 라자(Lalbaugcha Raja, लालबागचा राजा, 랄바우그의 왕)라는 가장 인기있는 가네샤 우상 중의 하나, 출처: 영문위키 가네샤 항목)

뭄바이 출신인 현지직원들에게 물어보니 일단 가네쉬 차투르티 기간 중에는 가족들끼리 모여 가네샤 신상 앞에서 작은 예배를 드린다고 한다. 오늘 저녁에 자기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친구들도 있었는데, 마치 우리의 명절 전날과 비슷한 분위기였다.

마하라슈트라주 사람들을 마라티(Marathi)라 지칭하는데, 이들은 'Sukhakarta Dukhaharta'라는 전통곡을 같이 부르기도 한다. 시간이 되는 분들은 잠시 멈추어 아래 링크된 노래를 들어보도록 하자. 마음이 차분해진다.


(Sukhakarta Dukhaharta 유튜브 영상 링크, 조회수 4천 6백만... ㄷㄷ 여윽시 인도인들이 찾는 것들은 그 무엇이든 숫자로 압도된다 ㅋ 여튼 짤짤(?!)거리는 탬버린같은 악기 리듬 속에 낭창낭창하게 울려 퍼지는 여인의 간드러지는 목소리가 귀에 착착 감긴다. 눈을 감고 듣다보면 그 몽롱한 분위기에 자꾸 빠져들게 된다)


인상적인 부분은 이 가네쉬 차투르티 축제를 마치고 나면 만든 점토우상인 무르티(Murti)를 호수나 강, 또는 바다에 가서 침수를 시킨다고 한다. 한데 이것도 마드라스(현재 첸나이) 고등법원이나 고아주에서는 환경오염의 이유로 가네샤 우상을 침수하는 것을 금지시키기도 했다. 그래서 요즘에는 각 가정에서 물통에 침수시키고, 며칠 후 그 뭉개진 진흙을 정원에 뿌린다고.

이처럼 흥미로운 인도의 축제, 내일부터 시작이다. 과연 어떤 축제가 벌어질 것인지, 내일은 출퇴근길과 점심시간에 사진을 열심히 찍어봐야겠다. (그냥 같이 쉬면서 축제를 축하해줄 수 있었으면 좋았으련만. 월급받았으니 일은 해야겠고 ㅋ)

*본문은 인도지인들에게서 들은 바를 바탕으로 영문위키 Ganesh Chaturthi 항목을 참조하여 작성하였음. 사실과 상이한 부분이 발견되어 조언을 해주신다면 언제든지 환영함

2018.09.12 퀘벤하운

댓글

  1.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브런치에서 이사오시면서 따라왔습니다. ㅎ
    저는 하이데라바드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퀘반하운의 어원에 대해서도 알게된 계기가 되었군요.
    하이데라바드에는 아시겠지만 무슬림이 좀 사는데 가네쉬축제후 침수시키는 코키리상이 수질오염의 주범이라고 많이들 궁시렁 거리더군요. 블로그스팟에서 자주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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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글
    1. 해외생활, 그것도 같은 인도아대륙에 거주하는 동지시군요 ^^ 사실 바라나시도 가보면 강물에 많은 것들을 침수시키긴 하는데, 이게 점차 개선되면 좋지 않을까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종교적 신념도 중요하지만 강의 용존산소량도 좀 생각들 해주셔야~ ㅎ 여튼 인도에 대해 차츰 알아가는 중인데, 하이데라바드 소식도 종종 알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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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하이데라바드 소식이랄께 딱히~~
    퀘벤하운님께는 창피한 글이지만, https://m.blog.naver.com/hyd_india/221295461893
    도시분위기를 느끼실 수는 있을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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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오- 신기합니다. 안 그래도 하이데라바드에서 뭄바이로 넘어온 인도 동료들도 있는데, 궁금하던 차였습니다. 사실 문명화가 되기 전부터 역사가 긴 도시들은 주로 강이나 바다 근처에 조성되는데, 인도의 경우는 그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대표적인 도시가 하이데라바드나 방갈로르와 같은 내륙도시인 것 같은데요. 과거 물류의 이동도 어렵고 식수의 공급도 어려웠을텐데, 어떻게 그 역사를 이어왔는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나중에 한번 파볼까 했는데, 종종 인사이트를 전해주시면 고마울 것 같습니다. 그럼 건강하시고요~ 해피 가네쉬 차투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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